8월

오랜만에 블로깅.

한때는 블로깅이 일어나서 그리고 자기전에 이를 닦는것 처럼 '매일매일' 하던 일이었는데

블로그를 방치해 둔 지도 꽤 된듯 하다.

오랜만에 들어와서 보니, 

로그인을 몇번이나 했는지 (비밀번호 잊어버림)

그리고 블로그 이름도 좀 촌스러운것 같기도 하고

정신없는 카테고리 정리도 해야할것 같고,

일을 괜히 만드는것 같아서 그냥 갈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나 쓰고 가려고 한다.


논문 마지막 해 라서 사실 너무 정신이 없다.

24시간 내내 공책이 뚫릴듯이 볼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공부하는건 아니지만 

phd를 한다는 자체가 굉장한 부담이다.

간간히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용돈벌이를 하기도 했지만

신분이 신분인지라 어디에 얽매어서 일할 수 없는 '학생'으로서

정기적인 인컴이 없고, 매번 살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야 하는

백수박사 (라고 부르더라) 신분으로 살아가기 힘든 하루하루다.


하고싶은 공부 해서 얼마나 좋으니?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과

언제 취직하고 결혼할래? 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

개나 소나 다 하는 박사 뭐하러 하니? 라고 비꼬는 사람들

여자가 학벌좋아 시집못간다 라고 막말하는 사람들

그럼 졸업하면 교수되는거지? 라고 또 막말하는 사람들


등등의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

그리고 세상은 너무 넓고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그득그득한 학교에서 경쟁해야 하는 것

한국말로도 논리적이기 힘든데 남의나라 말로 공부하고 논리적이기 까지 해야하는 것

공부 뿐만이 아니라 빨래, 요리, 여러 행정적인 일들처리, 

규칙적인 sns활동과 경조사 챙기기 등등의 인간관계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 해야하는 것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논문의 '완성'을 위해 고군분투 해야하는 것

빨간펜 선생님같은 수퍼바이저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면서도

내 색깔을 잃지 말아야 하는 논문과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

리서치 할때 여기저기 가서 '설문지 구걸' 해야하는 것

프리젠테이션 할때 양인들에게 '꿀리기' 싫어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애쓰는것


박사 1년차에 '망가진' 허리 때문에 가끔씩 밤에 잠을 못자는 고통에,

졸업하고 나면 또 뭘 먹고 살아야할까 의 끝이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 (미래 after 미래, 끝이 없음)

자유로워 좋겠다고 말하지만 매일매일이 지옥같은, 

논문과 프로젝트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두려움과 나에 대한 한심함


이 와중에 결혼은 언제하며

결혼을 하게 되면 애는 언제 낳아 키워야하고


아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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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h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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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바이저를 만났다.
부활절 연휴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Ethics Committee로 부터 승인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4개월만에 멜번으로 돌아온 나를 만나기 위함 이라고 제니는 말했다.
methodology를 수정하는 일 부터 시작해서, 프로포절 자체를 뒤집어 엎어야 하는 상황이다.
도서관에서 methodology를 찾으려고 책을 읽으니 짜증이 났다.
그놈의 Ethics Approval이 뭔지, 뭐가 이렇게 늘 까다롭고 복잡한건지, 이 나라에서는.
그래도 아무도 탓할 수 없다. 왜?
"제가 이곳으로 왔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부드러워 지는 것 같다. 내 마음이.
남의 탓이 아니라 결국엔 다 나로부터 시작된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문제덩어리이다 라는 의미가 아닌,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다.
또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싫어졌다.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 지쳤다.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겐 희망이 없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전부터 알던 사람들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들.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점점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너그럽고 부드러운 그러나 날카로운 내가 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젠장.
짜증나고 화나면 잠시 멈췄다가 하면 된다.
뻔하디 뻔한 말, 하면 된다.

게다가 오늘은 큰 수확도 있지 않은가.
수퍼바이저 제니가 제안한 그것.
^__^
잘해보자고.

아 30대를 살아가는건 어렵지만 즐겁기도 하다...

  • ㅎㅅ at 2010.04.07 10:41

    승인을 거부하는데 4개월 이상이 걸린거군요... 그럼 승인을 해 주는건 더..?ㅋ
    뭐, 호주니까.

    ethics... 제 전공과 비슷하군요.

  • moon at 2010.04.07 18:06

    그렇네요. 승인을 거부하는데 4개월 이상이 걸린거네요.
    마음같아선 Ethics Committee에 가서 확~...
    너그럽게 살기로 했으니..음..
    아~~~힘드네요. ㅠ.ㅠ

  • 석희 at 2010.04.08 22:29

    결국 춘천 닭갈비도 함께 못 먹고 떠났구나...
    ㅎㅅ군도 여전히 잘 계시는 모양이고~^^
    내가 멜버른으로 가야 할 당위성이 또 하나 늘었군.
    뭔 승인인지 모르지만 부드럽게 살다 보면 해결될 일이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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